[음악춘추] 피아니스트 이은애, 하얀 피아노 위에 색(色)을 칠하다 – 2015년 2월호 2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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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이은애
하얀 피아노 위에 색(色)을 칠하다

유학생활

영어를 전혀 못하는 상태에서 유학을 갔기 때문에 의사소통과 고등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대화가 되지 않고, 한국친구들과도 서먹하여 학교공부와 연습에만 매진하였지만, 3개월 정도 지나고서 어느 정도 적응을 하였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줄리아드 예비학교를 다니면서 레슨과 이론, 시창청음, 코러스 수업을 받았습니다. 시창 청음 반은 시험결과에 따라 반을 나누는데, 높은 반으로 올라갈수록 재미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매주 피아노 학생연주회를 하였고, 실내악 그룹으로 배정받아 리허설 및 코칭도 받았습니다. 줄리아드 예비학교 수업은 레슨을 제외한 토요일에만 했지만 저는 매일 학교에 가서 연습을 했습니다. 그러다 대학생 언니, 오빠와 친분을 쌓아 대학정보도 얻고 다른 교수님 스튜디오 클래스에 가서 매주 학생들의 연주를 보면서 청강하였습니다. 그 클래스 덕분에 음악을 배우기도 하고 자극도 받았습니다. 여름 방학때는 메인에서 열리는 보드윈 캠프에 참여하게 되어 집중적으로 솔로와 실내악을 공부하였습니다. 같은 교수님과 공부하던 미국인친구와도 친해져 영어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줄리아드 대학에서는 학과 과목 공부양이 많아 숙제하는 시간과 연습시간 분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잘 분배하려 노력하였으며 학교수업과 레퍼토리를 늘리고 기본기를 쌓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콩쿠르

대학원생이 되어서는 콩쿠르에 일년에 두세 번 꾸준히 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교내 학교 콩쿠르, 줄리아드 콘체르토 콩쿠르에서 우승하여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였습니다. 이 경험을 시작으로 클리브랜드 콩쿠르와 ARD 뮌헨 콩쿠르에서 세미파이널과 파이널에 오르면서 조금씩 대회 일상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콩쿠르를 부담스러워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저는 콩쿠르를 준비할 때마다 동기부여가 되어 더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15년 1월에 뵈젠도르퍼 국제콩쿠르(Bosendorfer USASU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 콩쿠르는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심사위원으로 위촉하여 세계의 관심을 받던 콩쿠르였습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아르헤리치의 개인사정으로 심사위원이 교체되어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을 샀지만 아르헤리치의 개인 부탁으로 브라질 출신의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인 리카르도 카스트로가 대신 빈자리를 채우게 되었습니다. 27개국에서 145명이 서류와 연주영상을 보내서 지원하였고 28명이 1차합격하여 콩쿠르에 초대되었습니다. 초대된 28명은 대부분 아리조나 현지 호스트 패밀리에 배정되어 생활하며 불편함이 없도록 도움을 받았습니다. 약 30분의 연주를 통해 8명이 세미파이널에 오르고 그 중 3명이 파이널에 올라 피닉스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하게 되었습니다. 이 콩쿠르에서 저는 2위와 특별상인 쇼팽에튀드 최고해석상을 수상 하였습니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분명 기쁜 일이었습니다. 매회 연주를 할 때마다 내 자신의 컨디션이 좋고 자신이 추구하는 연주에 더 중점을 두고 집중하여 연주한다면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음악이 만들어 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회를 참여할 때 제가 연주하기 전에는 다른 참가자의 연주를 주의 깊게 듣고 평가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내가 해오던 음악을 최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할 뿐이고 그것에 집중하고 연습했습니다. 좋은 컨디션으로 최선의 연주를 이끌어 낸다면 콩쿠르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감을 얻고 앞으로 더 색깔 있는 연주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피아노 교육

6살 때 친구의 집에서 피아노를 처음 쳐봤습니다. 그 뒤 피아노가 재미있어 피아노를 치며 놀았습니다. 저의 부모님이 재능을 알아보시고 그때부터 배우게 되었습니다. 처음 피아노를 시작할 때에는 전공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재미로 하게 되었습니다. 9살에 피아노콩쿠르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워나갔습니다. 가톨릭 음악원에서 체계적으로 레슨과 시창·청음을 배워 예원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예원학교에서 강교실 선생님과 이경숙 선생님을 사사하면서 음악적인 면뿐만 아니라 인격적으로 성숙하는데 진심어린 충고와 조언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경쟁을 하는 것이 힘들고 공부와 연습을 동시에 잘 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부담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예원학교에서는 향상음악회를 열어서 매주 모든 학생들이 연주를 했습니다. 연주를 보고 내 의견을 기록하면서 음악 감상법이나 비평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실기시험곡과의 씨름, 끊임없는 경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다른 환경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때마침 한국에서 줄리아드 예비학교 음대 교수님들을 초대하여 음악캠프를 열었고 그곳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줄리아드 대학 학장님 앤드류 교수님과 마틴 캐닌 교수님을 만나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시험자격을 부여받고 미국유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막연한 유학에 들떠 있었지만 유학을 준비하고 막상 갈 수 있을지 몰랐기에 일단 서울예고 입학시험을 보았고 실기 수석으로 입학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자신

지금 저는 시카고 일리노이주에 있는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박사2학년입니다. 학교수업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연주나 콩쿠르에 더 집중하여 생활하고 있으며, 학교에서도 전액 장학금과 콩쿠르참여 비행기 값 지원 등 후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다른 미국 주나 해외에서 교수들이나 연주가들을 끊임없이 초청하여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학교 안팎에서의 연주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은 있었으나 지금은 적응 하였고, 교수님들도 잘 이해해주셔서 학교생활을 무리 없이 하고 있습니다.

스승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한국에서 강교실 선생님과 이경숙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줄리아드 대학에서는 마틴 캐닌 교수님을 7년 동안 사사하였고 지금도 자주 연락드려 친분을 쌓고 있습니다. 그 후 리차드 구드 교수님을 사사하였으며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대가인 만큼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분이십니다. 매주 끊임없는 연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인 저를 항상 생각해서 챙겨주시고 레슨도 공휴일이나 성탄절 때에도 시간이 되시면 레슨을 열정적으로 해주셨습니다.

피아노 연주에 대한 자신 만의 생각

저는 앞으로 음악 색깔이 뚜렷하고 많은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연주가가 되고 싶습니다. 화려한 테크닉과 쇼맨십은 많은 사람들의 찬사와 존경을 받습니다. 하지만 저는 화려함과 어우러짐이 동시에 보이기만 하는 연주가 아닌 진정성 있고 깊이 있는 연주를 하고 싶습니다.

피아니스트 이은애는 예원학교를 거쳐 서울예고에 실기 수석으로 입학 하였다. 줄리아드 pre-college, 줄리아드 음대에서 Martin Canin을 사사하며 학사 및 석사를 취득하였으며 뉴욕 메네스 음대에서 Richard Goode를 사사하며 전문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현재 그는 시카고의 NorthWestern University에서 박사 과정을 전액 장학생으로 재학 중이다. 2015년 1월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개최된 뵈젠도르퍼 국제 콩쿠르에서 2위와 쇼팽 에튀드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 3월 Hilton Head 콩쿠르에서 3위 입상을 하였다. 세계적인 콩쿠르인 Gina Bachauer competition , Cleveland piano competition등에서 Semi-finalist로 진출, 독일 최대 콩쿠르중의 하나인 ARD competition 의 최종 4인 Finalist로 선정되어 세계 최고중 하나인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 협연하였다. 같은 대회에서 바르톡 특별상과, Bareneiter Urtext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Mozart Concerto Competition ( Juilliard School ) 우승, Karlfied Norman Scholarship Competition 우승 등 입상 경력 또한 화려하며, 미국에서 수십 회의 독주회와 줄리아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시카고 FM 방송인 WFMT 의 생방송 연주회에 출연하여 청취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일찍부터 피아노에 재능을 보인 젊은 피아니스트 이은애는 멈추지 않고 끝없는 도전을 통해 꿈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많은 콩쿠르와 연주회를 하면서도 공부하는 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배우며 발전하고 있었다. 하얀 피아노위에 어떤 그림이 나올지 궁금하다.

_ 김수현